모두들 반갑습니다.

나른한 오후, 늦은 아침을 먹은 탓에 늦은 점심겸 저녁을 먹으러 시댁으로 향했다. 어느 도시에나 하나 쯤은 있을 법한 ‘홍콩반점’. 그게 시댁이다.  손님이 뜸한 시각이라 손님을 맞는 친구가 잠깐 시장에 갔고, 시어머님 혼자 계셨다. 주방에 자장면 하나를 부탁한 후 여느 때처럼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잠시 후 한눈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 다섯이 들어왔다. 물과 젓가락을 챙겨 다가갔다. “뭐 드릴까요?” 하는 나의 물음에 한 청년이 당당하게 말한다. “여기 짱께 다섯이요. 잠깐, 곱배기 먹을 사람?” 순간 두명이 그러마하고 대답한다.

난 그만 찢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뭐 달라구요?”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방금 전 주문을 한 그 청년이 말한다. “여기 짱께 다섯이요, 둘은 곱배기….” 나의 민감한 반응을 의식했음인지 약간 말끝을 흐리는 것이 분명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난 좀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 짱께는 없는데요!” “아니 중국집에 짜장면이 없어요? ” 지금껏 말이 없던 다른 한 청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까 짜장면이라고 했나요? 한국 사람이 한국 말도 제대로 못해요?”

카운터에 계시던 어머님이 다가 오시며 내게 중국말로 뭐라 한마디 하시며 주문 전표를 쓰시고 주방에 건네셨다. 공연히 어린 친구들에게 화풀이를 한 걸까. 내 자장면을 취소하고 학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에 잠겼다.

현재 한국에는 체류기간을 연장하지 않고도 한국에서 평생 살아갈 수 있는 비자를 획득한 외국인들의 숫자가 1만5천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 중 ‘1만1886명’이 구한말 이후 수대에 걸쳐 살고있는 대만 국적을 가진 화교다. 나와 내 가족 역시 그 “1만 1886명” 중에 들어간다.

어릴 적부터 심심찮게 듣던 이 단어가 더운 날씨 탓에 더 거슬렸나?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무방비하게 쓰이는 ‘짱께’라는 단어…. 한국인들이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쓰는 걸까.掌拒(zhang gui, 짱 꾸웨이). 이는 중국어로 “주인” 이라는 뜻이며 지금은 그다지 쓰지 않는 구식 표현이다.

한국에서 너무 유명한 ‘짱께’가 무슨 뜻인지 난 내 학생들에게 꼭 알려준다. 최소한 내 학생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글: 조수정
원본 : http://www.fnn.co.kr/content.asp?aid=471c03c3b5ee4ab385c547dbaeeb90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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